[글마당] 사막의 계절
큰 기둥 선인장의 부족이 아직 살아있는 곳 백 년이 되어야 팔을 뻗어 하늘을 우러르며 가장이 되는 힘겨운 인내의 여정 기둥 꼭대기에 피워낸 꽃이 사막을 장식할 때 긴 인고 끝에 단 하루를 피는 화려한 열정 꽃 한 송이 씨방이 2천 씨앗을 품으니 꿈을 펼치기 쉽지 않음을 스스로 안다 200년 살아남아 세워진 큰 기둥 선인장의 등줄기를 따라 돋아난 가시만이 볕을 가려 뜨거운 사막의 산을 지킬 때 가시나무를 온몸에 두른 십자가 산 기둥 끝에 하루를 피운 꽃이 맺은 열매로 인간을 먹이고 기둥에 구멍을 뚫는 새에게도 기꺼이 둥지를 내어준다 그래도 훼손하는 사람의 손길을 못 피해 멸종보호수라는 딱지를 뗄 수 없다 수백 년수천 년 대대로 내려온 비석이 되어 지난 세월의 나침반이 되었으나 지금은 침묵하는 평원의 수호자 원주민의 언어로 이름 붙이 사구와로캑터스* *애리조나 지역과 멕시코의 소노란사막 지역에 자생하는 수목형 선인장 최양숙 / 시인·웨스트체스터글마당 사막 계절 기둥 선인장 기둥 꼭대기 수목형 선인장